저는 아들을 셋 키우고 있습니다. 모두 제 아들이지만 모두 다 저마다의 개성을 갖고 같은 구석이 전혀 없는 아들들입니다. 그래서 제 삶이 풍요롭게 다이내믹하며 변화무쌍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오늘 이야기해 볼 주제는 둘째에 관한 것입니다.
사람들이 주로 이야기하기를 둘째는 일찍 철이 든다고 합니다. 아래로는 동생에게 치이고 위로는 형과 경쟁하면서 보다 일찍 세상을 알게 된다는 뜻에서 하는 말인 듯합니다.
저 역시 위 말에 공감을 합니다. 중재하는 부모의 역할 가운데에서 형과 갈등이 있을 경우에는 형의 권위를 세워주려고 하고 동생과 갈등이 있을 때에는 아직 말이 잘 통하지 않는 동생의 사정을 이해시키려고 하는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죠.
그렇게 둘째는 형과의 관계에서도 동생과의 관계에서도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어제는 둘째가 잠을 자다가 무엇인가 맘에 들지 않았는지 계속 짜증을 부렸습니다. 저는 밖에 있었고 아내가 아이들을 재우는 중이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아내가 달래주다 잠이 들겠지 싶었는데 오분이 지나고 십분이 지나고 짜증은 멈출 생각을 안 하더군요.
안에 들어가서 잠투정을 부리는 둘째를 안고 방 안을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둘째를 달랬습니다. 별 이야기를 한 것도 아니고 그냥 가만히 토닥이기만 한 게 다죠.
처음에 들썩거리며 흐느끼던 둘째가 점차 안정되더니 어느덧 제 품에서 잠이 들었습니다. 화장대 거울에 비친 둘째의 뒷모습을 보면서 아직도 이렇게 작은 어린 아이네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막내 때문에 둘째는 이제 커서 형 노릇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은연중에 했는데 둘째도 이렇게 따로 놓고 보니 아직도 어린아이 일 뿐이었던 것이죠.
그동안 둘째가 왜 셋째만 안아주고 나는 안아주지 않느냐고 투정 부릴 때도 이제 너는 무겁고 형이 되었으니 동생을 더 많이 안아줘야 한다고 그리고 너도 어릴 때 더 많이 안아줬었다며 핑계를 대곤 했었는데 그 말로 인해서 둘째가 얼마나 많이 서운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쩌면 오늘 부렸던 둘째의 잠투정이 낮동안에 쌓인 스트레스 때문은 아니었나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둘째는 항상 저에게는 아픈 손가락입니다. 게다가 성향이 저를 참으로 많이 닮아서 제가 싫어하는 저의 모습까지도 복사 붙여 넣기 하듯 닮은 아이죠.
사랑이 고프고 형과 동생 사이에서 더욱 힘들어할 둘째를 오늘부터는 의지를 가지고 한번 더 안아줘야겠습니다.
둘째가 아빠에 대해서 좋은 기억이 더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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